<맛있는 관계>라고 하는 다소 썰렁한 제목의 이 만화는 마키무라 사토루 작인데, 가장 최근에 본 요리만화입니다.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는 예술가 혹은 예술작품을 소재로 한 만화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찾는 유형입니다. 그 동안 <맛의 달인>에서 시작하여 <미스터 초밥왕>, <아빠는 요리사>, <라면요리왕>, <서양골동양과자점>, <셰프>, <명가의 술> 그리고 굳이 요리만화로 분류하기는 좀 뭣하지만 <후쿠야당의 딸들> 등등 요리를 소재 혹은 주제로 다룬 만화를 즐겨봐왔던 것 같습니다.
<맛있는 관계>의 줄거리는 온라인 서점에서 친절해 소개해놨네요. 일단 한 번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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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외동딸로 어렸을 적부터 맛있는 음식만 먹고 자란 엄청난 미각의 소유자 모모에.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회사의 파산, 모모에 모녀는 하루아침에 거지 신세가 된다. 부자집 친정으로 들어간 어머니와 달리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보겠다 결심한 모모에는 우연히 들어간 `쁘띠 라팡`이라는 경양식점의 요리 맛에 반해 그 곳의 요리사에 지원한다.
그러나 완벽한 미각과는 달리 요리에서는 연신 실수를 저지르는 모모에는 실력은 최고지만 인간성은 최저인 셰프 오다와 사사건건 충돌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모에는 오다를 뛰어난 셰프이자 근사한 이성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이 오다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오다는 이런 모모에의 마음도 모르고 카나코와 사귀고, 요리와 사랑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모모에는 진정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쁘띠 라팡`을 떠나 타카하시의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도 특유의 밝음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모모에. 진정한 레스토랑은 요리 뿐만 아니라 분위기에서도 손님들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는 타카하시와 모모에의 믿음으로 `아모르`는 점점 더 번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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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글에 있는 줄거리는 대충 중간 정도까지이고, 이후 오다와 카나코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또 다른 남자가 한 명 등장하고... 모모에가 프랑스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하고... 이를 오다가 돕고... 그러다가 둘이는... 뭐 대충 이런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요리 만화를 대충 분류해보자면 우선 일본만화에 흔한 사례로서 끊임없는 대결 속에 성장해가는 주인공을 그리는 <미스터 초밥왕>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좀 다른 경우로서 <명가의 술>이나 <후쿠야당의 딸들>처럼 요리를 소재로 하지만 이를 통해 잔잔한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맛있는 관계>는 말하자면 세번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스터 초밥왕> 같은 만화도 물론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틀에 박힌 결투 구도가 조금 식상한 면도 있는데, 이 만화는 그보다는 요리를 소재로 하여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 성장해가는 주인공 모모에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가는데 보다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가지 부족하면서도 늘 밝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주인공 모모에 보다는, 어쩐지 일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이면서도 늘 인간관계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는 카나코에게 공감대가 가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만화에 뚜렷한 악역은 등장하지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카나코가 주인공 모모에의 대칭점에 서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오히려 모모에는 너무나 단편적인 성격으로 묘사된데 반해 카나코의 섬세한 심리 변화에 대해서는 참 잘 묘사되었습니다. 아마도 여성 작가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일본에서는 만화가 히트를 치면서 예의 공식대로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죠.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그 여배우가 모모에 역을 맡았다던데, 어쩐지 좀 더 귀여운 스타일의 주인공을 골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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