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글과 이우일의 만화를 보며 두 작가가 같이 만나면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둘은 기대대로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이우일의 만화는 정말 독특합니다. 오래전 동아일보에 <도날드닭>이라는 만화를 그릴 때의 그 신선함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동.아.일.보.라는 고풍스러운 신문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그 어처구니없는 파격과 과감한 표현은 동아일보를 구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할 만큼 대단했습니다. (물론 구독은 결국 안했죠.) 그리고 이후 만났던 <아빠와 나>, <존나깨군> 시리즈... ㅋㅋㅋ
김영하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은희경과 윤대녕의 초기작 이후 국내 소설중 별로 관심가는 것이 없던 차에 읽었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문체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써내고 그려낸 <영화이야기>는 저자의 말대로 영화 자체보다는 그와 연계된 저자의 여러 경험들에 관한 엉뚱한 이야기들입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이렇게 편하게 쓴 글은 읽는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주로 <씨네21>과 <스크린>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인데, 글 자체도 좋지만 역시 이우일의 그림이 멋집니다. <아빠와 나> 시리즈가 여기에도 등장합니다.
나: "아바님 진짜와 가짠 어떻게 다름니까?"
아빠: "가짠 진짜처럼 보이려 존나 애쓰고... 진짠 진짠지 가짠지에 별로 신경 안쓰느니..."
나: "하하! 그럼 아빤 조또 가짜네? 맨날 아빠인척 꼰대짓만 하려 애쓰잖나!"
아빠: "으흠... 과연!"
아빠와 나: (퍽 퍽 퍽)
김영하의 영화이야기 혹은 영화와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우일의 만화가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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