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법의학. 단명, 요절한 음악가들의 미공개 의료 파일"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법의학자로 유명한 문국진의 저작입니다. 저자는 정년 이후 음악감상을 하며 작곡가들의 전기를 읽는 가운데 문득 의문을 갖게 된 그들의 사인(死因)에 주목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출간된지 10여 년 가까이 되었지만 내용 특성상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답게 각 작곡가들의 생존시 임상증상과 더불어 의사 혹은 전기작가들이 저마다의 전공 분야나 추측으로 주장했던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조합하고 비판적으로 해부하며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사망이유를 정리해놓았습니다.
저자는 "중독 물질에 의한 죽음의 미스테리" 라는 카테고리로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파가니니, 무소르그스키, "생명 기아감 유발에 의한 감염병" 이라는 카테고리로 베르크, 말러, 슈베르트, 볼프, 조플린, 쇼팽, 베버, "암과 심혈관 병과의 싸움" 이라는 카테고리로 슈만, 멘델스존, 레거, 베제, 드뷔시, 거쉬인의 삶과 죽음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병명과 증상 분석 내용이 많아 때로는 읽기에 부담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작곡가들의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게다가 터무니없는 추측이나 주장이 아니라 저자의 전문적인 커리어를 바탕으로 하여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한 내용들이어서 주장하는 내용에 여러 모로 신뢰감이 갑니다.
다만 이런 분야의 저작에 익숙한 필자는 아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서술방식에 다소 불만이 생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곡가의 전반적인 음악세계나 흥미로운 일화를 엮어놓은 책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해당 작곡가의 삶이나 음악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이 읽을 때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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