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망의 마지막회를 엊그제 시청하고...

(참고로 말하자면 베바 마지막회를 사수하기 위해 정말 칼퇴근. 눈에 불을 켜고 10센티짜리 하이힐을 신은 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뛰었다. 난 평소에 잘 뛰는 편이 아닌데, 직장에 지각하는 순간조차도 우아함을 유지하며 걷는 사람인데

오직!! 오로지 내가 베바를 보기 위해 뛰었다는 것은 굉장한 의의(?)가 있다. 뛰다가 두 번이나 엎어져서 스타킹 쭉 나가고 지나가는 남고딩들한테 손가락질까지 당하며 망신을 겪었다. 이런 젠장...; <<어쩌라고;;)

7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흡입력 있게 드라마는 대단원을 장식했고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베바의 시청자게시판은 결말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ㅋ

다시는 홍자매가 쓴 드라마 안본다는 사람부터 마루커플은 왜 이루어지지 않았냐고 항변하는 사람들,

이딴 결말을 보려고 닥본사 했는 줄 아냐고 윽박지르는 사람들.

또 반면에 결말이 깔끔하고 좋았다고 평하는 사람들까지...

다들 맞는 말이다. 사람이란 상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의 기대나 생각에서 벗어나면 실망할 수도 있는 법.

그렇지만 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결말은 정말, 이렇게 내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즉, 이 열린 결말이야말로 가장 '베바스러운' 최선이었다는 것.

작은 건우가 강마에에게 말한대로 그들은 각자 핸디캡이 있는 사람이며 앞으로 끝없이 험한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가야 할 사람들이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닌, 이제야 겨우 발걸음을 디딘 '시작'을 의미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에겐 앞으로 더 험난한 길과 상처,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서로 불협화음을 내며 찌끄덩거리기만 했던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 결국 지금에 이르러 멋진 화합의 순간을 장식했다.

그 아름다운 화합의 순간을 마지막 합창교향곡의 감동적인 연주를 통해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그것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다가올 더 큰 환희에 찬 순간들과 반면 다시금 좌절하게 되는 절망의 순간들, 사랑과 신뢰의 순간들, 그리고 함께 해서 더욱 아름다울 시간들이...

열린 결말을 통해 인생에는 결코 어떠한 결론이나 정답도 있을 수 없다는 것.

단지 처음 시작했던 마음 그대로 최고의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꿈과 희망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베바의 결말에서 바로 이런 것들을 느꼈다.

강마에는 이대로 독일행을 포기하고 이들과 함께 석란시향을 살리기 위해 남을 수도 있고 또 초반에 엄포를 놓은대로 한 곡만 연주한 채 뮌헨으로 가서 먼훗날 그들과 다시 재회할지도 모른다.

사람다운 감정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 없는 최석균 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대로 물러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작은 건우는 대학에 합격하여 그 천재성을 꾸준히 인정 받아 먼훗날 강마에를 능가하는 최고의 지휘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고 두루미는 귀가 멀어 음악을 영영 포기할 수도 있고, 그 장애를 극복하여 결국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에는 어떠한 정답도 있지 않으니까. 다만 끝없이 펼쳐진 길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지닌 포부와 꿈만 가지고 어쩌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용기 하나만으로 그 길을 걸어간다.

그 모든 것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베토벤 바이러스>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향해 떠나갔다.

그것으로 마무리.

인생에서 정답은 아무것도 주어진 것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토록 고독한 생을 살았던 강마에는 이제 더이상 외롭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

따뜻한 이들에게서 소중한 감정, 사랑, 믿음, 우정 그 모든 '감정'을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으니 앞으로 그의 음악세계는 더욱 정점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토벤이를 이끌고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결국 환한 세상 바깥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그는 이제 토벤이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외로운 인간이 아닌, 세상과 조우하고 사람들과의 진한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그에게 다가올 길은 이제 어둡지 않은 빛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초반에 강마에가 똥덩어리 패거리들(?)에게 수시로 주제파악을 하라고 퍼부었던 것처럼 사람이란 살다 보면 결코 꿈으로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누구나 그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은 곧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치열한 사회 속에서 어느 누구가 가난한 꿈만 먹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베바를 통해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무리 남루하고,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여도 꿈이 없이 현실에만 안주하며 살아가기 급급한 사람보단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사람이란 것을.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많은 용기를 심어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지독한 독설가에 엘리트주의, 천재를 멸시하는 살리에르 같은 인간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 강마에와 음악이 즐거워서, 하고 싶어서, 그야말로 즐기는 마음으로 흥겹고 신나게 음악과 마주하는 매력적인 청년 강건우,

수면처럼 잔잔한 마음으로 이 두 남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는 여자

두루미. 그 외 정 많고 단순한 캬바레 아저씨, 뒤늦게 자신의 꿈을 되찾은 정희연씨,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보여준 박혁권씨, 철없는 날라리에서 김갑용 할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새롭게 성장한 하든까지.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준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와 수고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는 이제 끝이 났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강마에와 두루미, 강건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 그것이 음악을 향한 열정이든 공부에 대한 열정이든, 다른 무엇에 대한 열정이든 간에 가슴 속에 뜨거운 꿈을 품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시작'을 의미한다.

상처를 입어도 상처 입지 않은 것처럼 다시 일어서고

실패를 해도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언젠가는 모두들 장밋빛 찬란한 인생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