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연극열전을 보기로 했었으나, 어찌어찌하여 우여곡절끝에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게 되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역시 후회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참석 못하신 분들은 진짜 후회하실걸요...헤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최근 허영만의 만화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성공하면서, 쓸만한 소재에 갈증을 느끼는 업계에서 소설과 만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각 매체, 각 장르가 가지는 독특한 맛이 각각 다르기에 상황, 캐릭터 등만 전이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그 장르에 맞도록 새로 창조되어야 한다.
특히 장편소설을 두시간 정도의 짧은 영화로 만드려는 시도가 가장 많이 실패하는 경우인데, 장편소설의 긴 호흡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두시간 이상 지켜보기 힘든 영화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기에..
소설의 주인공이 벌이는 별도의 에피소드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아니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시리즈물 정도..
그런데,, 이번엔 만화가 연극으로 갔다.. 영화도 아니고..
어찌 보면 만화와 연극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만화같은 소설, 만화같은 영화 등은 있어도.. 만화같은 연극은 보기 어렵다..
'점프'같은 액션 퍼포먼스에서나 만화같은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만화에서 '니미럴~'을 아무리 적재적소에 배치해도 전혀 웃음이 나지 않지만,
연극에서는 '니미럴~'을 적당한 타이밍에 반복해주면 웃음이 나는 게 바로 장르의 차이..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이 장르의 변신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봐야겠다.
흥행성적을 보면 대성공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으나..
비포선라이즈와 원스
아무래도 영화나 연극에서는 대개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또 금새 위기를 맞이하곤 한다.
짧은 한 두시간 안에 이것저것 보여주려다 보니..
그래서, 열정이 쉽게 불타오르는 젊고 철없는 존재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비록 하룻밤 이야기이지만, 끊임없는 대화로 서로를 알아나간 끝에 사랑을 확인한 '비포선라이즈'나 좋은 음악친구로 여러날동안 함께 지내며 서서히 진행되다가 결국엔 각자의 길로 돌아가는 '원스'같은 이야기가 영화에서는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비포선라이즈가 어찌보면 원나잇스탠드이고,
미국청년과 프랑스여인이 비엔나에서 만났다는 전형적인 낭만요소들이 판타지로 느껴질 수 있긴 하겠지만,
둘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영화적인 판타지가 아니었다.. 둘이 만나는 과정은 쫌 그랬지만..
어쩌다 이야기가 산으로 갔는데, 아무튼.. 길고 긴 에피소드를 펼칠 수 없는 연극에서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위기를 맞이하는 그 빠른 전개는.. 나에게 좋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연극이나 영화 대부분이 그런거 아니냐고 할 수 있고.. 맞다.
다른 이야기는 다 그렇게 빠른 전개가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작은 일상의 재미를 다루는 스토리에서는 받아 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비결은?
원작의 유명세와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층이 다양한 것이 기본 비결일테고,
결정타는 두 주인공이 가끔씩 보여주는 깜찍 액션이 아닐까..
연극적 과장 액션 및 대사가 곳곳에 깔려 있었지만 대부분 썰렁함을 면치 못했으나..
두 노인이 선보이는 깜찍 액션에 관객들은 쓰러지고 말았고..
두시간에 가까운 런닝타임에 짧은 순간들이긴 하지만.. 그런 광경은 연극이라는 장르가 아니면 볼 수 없으니까~ ^^
최불암씨가 김만석 역을 맡고 싶다고 했다던데.. 그 동작들 맛을 잘 살릴 수 있을지ㅋ
(넘도 깜짝한 그 모습을...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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